머리말

-올해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지 딱 20년이 되는 해이다. 이 법률이 제정된 이후 학교폭력을 멈추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폭력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비참함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안타까운 학생들이 존재한다.
존재의 무시는 인간으로서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괴롭힘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개인의 사회, 정서적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이를 보듬을 수 있는 집단의 힘이 작용한다면 괴롭힘을 멈출 수 있기에, 괴롭힘은 공동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결국, 연약한 개인이 폭력에 저항하고 맞서기 위해서는 연대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서로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훼손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괴롭힘과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유아들 사이에도 학교폭력만큼의 심각한 현상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현상이 존재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은 한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안전과 평화와도 직결된다. 저자는 연구를 통해 유아기에도 신뢰로운 관계 형성과 이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모든 예비 교사들은 교직과목인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의 이해’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위 과목의 교육 내용이 대부분 학교급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의 폭력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유아들 사이에 일어나는 괴롭힘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전공 관련성이 낮은 과목 이수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교육 현장에서는 해당 과목에서 배운 지식을 연계할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에 관한 연구물이나 교재가 소수 존재하지만, 학교급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의 폭력 행위에 상응하는 유아들의 행동이나 현상에 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유아의 문제행동 지도 혹은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이 분야에서는 그동안 ‘유아 학교폭력’이라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용어가 사용되어 왔다. 이는 유아기에 일어나는 학교폭력과 같은, 혹은 그에 상응하는 유아기의 공격적 행동을 어떤 용어로 지칭할 것인가에 대한 국내 학계의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서에서는 유아기에 나타나는 폭력 행위에 상응하는 공격성을 ‘유아기 괴롭힘’이라 지칭하였다.

-이 책은 크게 2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아기 괴롭힘에 앞서 학교폭력과 관련한 필수적인 지식습득을 위해 이에 대한 내용도 함께 구성하였다. Ⅰ부에서는 학교 폭력의 개념 및 관련요인(1장), 학교폭력의 실태(2장),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3장)을 살펴본 후, 유아기 괴롭힘의 개념 및 특징(4장), 유아기 괴롭힘 실태(5장), 유아기 괴롭힘에 대한 경험 및 인식(6장)을 알아본다. Ⅱ부는 7~12장까지로, 학교폭력 및 유아기 괴롭힘의 예방과 개입에 관한 구체적 방법을 담고 있다. 먼저, 학교폭력 예방 및 개입 정책, 제도, 교육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7장) 파악한 후, 유아기 괴롭힘 예방 및 개입 절차(8장)를 통해 유치원에서의 전반적인 개입 단계와 방법을 알아본다. 그다음 가정에서 유아들의 괴롭힘을 어떻게 예방하고 가르칠 것인지(9장), 유아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방법과 부모 상담 방법(10장)을 알아봄으로써 예비 유아교사들의 유아기 괴롭힘에 대한 대응 역량을 증진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국내외에서 개발된 유아기 괴롭힘 예방 및 개입 관련 프로그램(11장)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안적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회복적 접근을 유아기에 적용한 프로그램(12장)을 소개하여 구체적인 현장 적용 사례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