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창의성과 감성을 주제로 1999년 이후 수년에 걸쳐 필자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세미나가 이루어져 왔다. 즉 창의성과 유아교육, 감성과 예술교육, 인성과 감성: 음악, 미술 문학교육과 치유 에서 창의성과 감성문제를 함께 다루었는데 이것이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기초가 되었다. ‘창의성’과 ‘감성’은 원래 친족관계에 있었으나 학자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이다.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의 심리적 속성에는 ‘감성’이 깃들여 있고, 반대로 아주 감성 수준이 높은 사람은 창의적인 과제에 잘 뛰어들어 훌륭한 성과물로 만들어 낸다. 왜냐하면 창조 과정에서는 번뜩이는 영감 같은 중요한 구실을 하듯이, 감성에서도 이런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적 속성은 ‘지(知), 정(情), 의(意)’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구별되는데 교육학에서는 ‘지(知)’는 인지적 영역으로 ‘정(情)’과 ‘의(意)’는 정의적 영역으로 묶어서 다룬다. 그런데 자세히 분석해 보면 감성은 지적 요소와 정의적 요소를 다 지니고 있다. 예컨대 근래에 와서 ‘감성지수(EQ)’란 말을 쓰는데, 이것은 골만(Goleman)의 정서지능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정서도 지능이다’라고 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감정을 읽고, 거기에 어울리게 대처하는 능력을 지능의 한 기능으로 본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성은 지성과 대치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감지하는 능력, 즉 사물과 자극에 대해서 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은 인간의 지각 능력에 기초하기 때문에 다분히 인지적 기능을 갖는다.

-다음 에피소드 세 가지를 보기로 하자.

에피소드 1 : 우리가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신상품을 고를 때, 쇼윈도나 쇼케이스에 진열된 상품을 쭉 훑어보고는 6초 안에 살 상품을 결정한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뭘 보고 판단할까? 디자인, 색상, 크기, 가격, 편의성, 품위 등을 보겠지만 그걸 분석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 모든 정보를 함께 처리한다고 한다. 이것이 일종의 소비자의 감성이다.

에피소드 2 :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는 한국 유학생이 엄청 많다. 그렇다고 그 모든 학생이 다 일류 솔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유명한 바이올린 교수 한 분이 있다. 로저티 딜레이라고 하는 나이 많은 여자 교수인데, 그녀는 한국 학생을 많이 가르친다고 한다. KBS 기자가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의 실력에 대해서 질문을 하자, 딜레이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기교가 뛰어나고 곡을 읽는 능력도 대단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감성이 부족해요. 즉, 음악적 감성(음악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손가락으로 줄을 누르고 활을 긋기는 잘하는데 감정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에피소드 3 : 어떤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부가 하루는 CEO가 불러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자네 그 정도 많이 했으니깐 집에 가서 좀 쉬게”라는 CEO의 말에 이 간부는 ‘내가 일을 잘해서 포상 휴가를 주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그를 외면했다. 알고 보니 그것이 포상휴가가 아니고 해직 통보였다. 이 간부는 이른바 눈치, 코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감성이 모자란 사람일 것이다.

21세기는 창의성과 감성이 같이 가는 세기이다. 그래서 창의성과 감성 교육을 학교교육에서 어떻게 다룰지를 살펴봄으로써 더 풍부한 인간성을 지닌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기를 기대해 보면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