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다. 동화 속 세상 같다. 정말 행복하다. 말로 표현해 버리면 그 느낌이 줄어들 것 같아 말로 표현하기가 싫다. 자동차도 다닐 수 없고 걸어 다니는 사람 또한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도 뜨지 않고 배도 다니지 않는다. 모두가 느림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더 신난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천재지변이 생겨서 어쩔 수 없다. 아니 빨리빨리 할 수가 없다. 남 탓을 안 해도 된다. 느리게 해도 된다. 그 느림 속에서 나를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자연을 만난다.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를 느끼면서 그 느낌을 적었다. 왜 천천히 해야 하는지, 왜 느림이 필요한지, 빠름 속에서는 왜 자신을 보지 못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왜남들보다 자신이 잘나 보여야 하고 왜 꼭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까? 잘하지 못하면 왜 안 될까? 실수하면 왜 안 된다고 생각할까?
참됨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이고 경험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느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늘이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채움이란 비움이 선행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항상 채우기만 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빈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빈 공간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속에서 아니 내 자신의 모습 속에서 비움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된다.

-자연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 학교나 학원 혹은 아주 유명하다고 하는 어떤 강좌에서도 나답게 살 수 있는 그 어떤 지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답게 나를 꽃피우며 바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 속에서 숲길 속에서 알고 깨닫게 된다. 모두 저마다의 씨앗 안에 이미 담겨 있는 힘으로,태어날 때 갖고 나온 그 어떤 내재되어 있는 힘으로, 자신의 삶을 열고 이루어 가는 것임을 비로소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알게 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됨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나’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