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판 머리말

-모든 학문의 원조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감사하다는 말을 ‘유카리스테오(εὐχαριστέω)’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카리스(χάρις)’라는 말이 숨어 있다.
은혜라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charisma)라는 말과 연관된 개념이다. 그들은 하늘로부터 은혜, 곧 공짜 선물을 받았기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는 식의 사유를하고 살았던 것이다. 나의 경우도 돌아보면 하늘로부터 공짜 선물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병약하여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죽었을 뻔한 목숨이 지금 환갑의 고개를 넘고있으니 말이다. 인생길을 나그네 길로 생각하면서 세상 여러 곳에 다녀 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하늘로부터 받은, 기억의 복주머니에 아름다운 추억들을 차곡차곡쌓아 이제는 제법 채워지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본서의 개정판 서문을 쓰는 이 숭고한 작업도 그중의 하나이리라.
의욕을 가지고 『쉽고 재미있게 읽는 상담의 이론과 실제』를 단독으로 저술한 지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독자들의 사랑으로 개정판(2판)을 내게 되었다. 한국의출판 현실을 고려할 때 개정판까지 가게 되는 경우는 쉽지 않은데,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이 자리를 빌어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독자들을 만나게 해 주신 하늘과 땅의 주인께도 감사드린다.

-본서 『쉽고 재미있게 읽는 상담의 이론과 실제』를 가지고 강의할 때마다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이 ‘쉽고’라는 수식어이다. 모든 학문은 쉽고 또 쉬워야 한다는 지론때문에 쉽게 쓴다고 쓴 책이었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게 여겨질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쉽게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상담심리학은 독일, 미국, 영국 등 서양에서 들어온 학문이고, 그 학문의 내용을 담고 있는 언어들은 우리에게 쉽지 않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로도 담아 낼 수 없는 그들의 철학을 우리의 개념으로 옮기고 우리의 언어로 서술한다는 것이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상담심리학 교재들에 자주 이러한 오역과 모호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학에서 환자의 저항을 지속적으로 극복하여 통과해 나가도록 하는작업 곧 ‘돌파작업’을 ‘薰習’으로 번역한 것이라든지, 조건형성(conditioning)을 ‘조건화’라고 번역한 것이라든지, 게슈탈트치료를 ‘형태치료’라고 한 것 등수도 없는 오역들이 있다. 이러한 오역과 모호한 용어들의 난립은 우리의 선배들이그 시대에 학문적으로 앞서 있던 일본학자들의 번역어들을 그대로 채택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개정판에서는 전체적으로 쉬운 글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였으므로 독자 여러분들께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강의용으로 혹은 학습용으로서 본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본 저자를 만나는 독자 여러분들을 축복하며 상담의 이론과 실제에 다가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