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중략····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을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중략····

<다이애나 루먼스>

이 시가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것은 자녀를 키우고 난 후 부모의 반성하는 모습을 자기 자신에게서 보는 듯해서다.
성인이 되어 부모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부모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좋은 부모, 유능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부모 역할을 원만히 수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노력 없이 그냥 되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면서 자녀 양육 및 교육이 어느직업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 부모라는 이름과 역할이 이렇게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됨에 있어서 그 어떤 조건이나 자격도 요구되지 않으며, 사회의 어느 인기 분야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아이를 건전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 있어서 부모의 숨겨진 노고가 얼마나 크며 좋은 부모, 훌륭한 부모가 되려면 그 어떤 자격증 못지않게 많은 능력이 필요한지를 이제는 다 같이 인식하는 단계에 왔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가능성의 씨앗에 물을 주고 햇빛을 받아 건강한 싹이 터오르도록 잘 돌보아 주는 사람은 부모다. 그러려면 부모는 자녀의 기질, 특성, 발달단계, 장점, 단점을 두루 이해하고 갖가 개성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 줄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현명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지혜롭지 못한 부모는 그만큼 아이의 요구나 재능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해 타고난 자녀의 가능성과 능력을 충분히 계발하지 못하고 시들게 할 수 있다.
'개미와 베짱이'에 관한 동화는 누구에게나 즐겁게 기억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동화에 담겨 있는 교육적 메시지와는 달리 요즈음에는 21세기적 해석이 새롭게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테면 개미는 놀 줄을 모르고 열심히 일만 하다 허리 디스크에 걸리고, 베짱이는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여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해석이 의미하는 바는 오늘의 지식위주 어린이 교육이 가져오는 병리적 현상을 우회저으로 비판하는 것이라 본다. 그 대신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재능을 보이는 것을 키워 주는 것이 삶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인도하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 행복하다는 것은 밖에서 얻어지는 물질적인 것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물질적인 풍요가 우리를 항상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밖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부수적인 것이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보이란 내 안에서 꽃향기처럼 피어나 내 마음을 밝히고 또 주위를 향기로 물들여 갈 수 있는 내면적인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누구나 마음의 미움, 절망, 좌절, 시기,두려움과 같은 성난 씨앗도 함께 있다. 이때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내재된 선한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들의 타고난 능력에 '마음을 키우고, 생각을 키우고, 지혜를 키우 가는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데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