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아동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이러한 사실을 간과해 왔다. 아동 탄생에 얽힌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도 아동은 사회와 국가로부터 성인과는 다른 특별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아동들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위치를 감내해 왔다. 성인에 비해서 아동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존재하지 않았고 배려를 받지도 못했다. 거의 모든 정책이 아동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정부는 정책수립과 실행과정에서 아동의 요구와 필요를 고려하지도,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는다. 아동 이익은 성인의 이익에 의해서 쉽사리 간과되고, 경제적 제약으로 아동의 이익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사회변동 상황 또한 아동들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만성적인 빈곤, 가정 파괴의 압력, 한부모 및 조부모 등과 같은 다양한 가족의 출현, 가족 폭력, 저출산, 아동학대, 교육에의 과도한 노출, 가치관의 혼란, 의학의 발달 등 다양하고도 중대한 사회적 변화들은 아동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발달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동에게 기회로 작용하기보다는 아동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아동한 처한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아동들에게 성인과 동일한 존재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주창하기 위해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한국아동권리학회가 창립되었다. 아동의 입장이 배려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제도적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며, 아동권리 향상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시 아동 관련 전문가들의 인식은 아동권리확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아동권리학회는 우리나라에서 아동권리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 공고히 하였고, 한국 아동의 권리를 증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아동권리를 일반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녹록치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한국아동권리학회」는 아동권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모니터링의 준거가 되는 아동권리지표를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하였고, 이 연구결과는 지표 개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연구윤리를 제안하였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였다. 학회 창립 후 10년 동안 아동권리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들을 학술대회 및 연구모임 등을 통해 제기, 논의하였고, 필요한 조치를 국가와 각 지역사회에 제안해 왔다. 특히 아동권리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옴부즈기구와 같은 아동권리 모니터링을 위한 기구의 설치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학회 활동은 정부정책의 변화를 유발하는데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2007년 학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 아동권리 보호 현황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10년 동안 아동권리 향상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논의하고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그동안 학회에서 다루었던 주요한 연구 주제들을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