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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호 -디자인 기호의 기초이론-
저자명 아드리안 프루티거 지음 신항식 옮김 선병일 일러스트
사이즈 B5
페이지 291
가 격 18,000
발간일 2007년 7월
ISBN 978-89-426-1076-1

도서정보

정신과 물질의 조화로운 만남

이 책은 A. 프루티거의 여러 강의내용과 노트들을 묶어 출간한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따라 일목요연하게 구성한 내용은 아니다. 사례를 여러 가지로 먼제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리적인 코멘트를 달아가는 전형적인 교육용 언술로 이루어져 있다. 패러그래프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 부분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많은 사례와 자료를 제시하고도 조형과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적 입장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것은 '물질과 정신의 합일로서 조형과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프루티거는 저명한 타이포그래퍼다. 저명한 디자인 이론가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조형과 도형의 표현과 의미, 문자의 이미지, 이미지의 문자를 풀어 나가는 그의 디자인 전반의 시각은 마치 곰브리치의 그것을 보는 듯하다. 치우치지 않고 인간 중심주의적인 시각사를 연출해 내고 있다.
텅빈 공간에 선을 긋자마자 인간은 규칙을 따르고 또한 이를 갱신한다는 사실을 그는 지적한다. 세상의 그 어떤 사물도 인간이 끼어드는 한 형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인류 초기의 미술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조형이란 '함부로, 멋대로, 자윤분방하게' 만들어져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프루티거는 보다 더 세부적으로 말한다. 디자이너가 쓰는 도구와 재료에 집중하라고, 도구와 재료의 문제는 결국 디자이너의 역사적 상상력과 물질적 한계 사이의 조화를 일구어 내기 때문이다. 정신의 규칙과 질서는 인간이 처한 자연의 조건을 극복하려는 인공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 이것이 바로 물질과 정신을 한데 묶어 이해해 온 문화의 역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프루티거는 디자인이란 단지 물리적인 산물이 아니라 이미 정신적인 산물이라는 점을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에게 다시금 주장한다. 그래서 표현만큼이나 컨셉트를, 컨셉트만큼이나 인간의 조건과 역사를 살펴보라 권고한다. 디자인의 대상은 객관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바로 디자이너 자신과 같은 인간 전체라고 이야기 한다. 여기에 창조의 기쁨이 있다고 우리를 일깨워 준다.

오늘날 디자인을 창조적 행위로 인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관행을 디자인의 행위로 착각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관행은 조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결속시켜 주는 이기적인 규칙이다. 관행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서로 동일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을 보호한다. 그러나 관행은 어찌되었든 타성과 동의어다. 인간 자체의 내성적인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부터 강요되는 성질의 것이다. 디자이너로부터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과 느낌을 빼앗아 버림으로써 창조성을 없애버린다. 창조적 발상의 대다수는 관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디자인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관행에 얽매에 산다. 제작관행, 기술 습득의 관행,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판단하는 관행, 마케팅 관행 등. 이 중 디자이너들이 가장 입수하기 어려워하는 마케팅의 관행만 지적해 본다.
디자이너들은 원래 마케팅에 관심이 없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어찌 만들다보니 잘 팔리게 되거나, 어찌 이름이 나서 주문이 들어와 디자인 작업을 하는 그런 종류의 반 예술가들이다.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 진 오늘날 이들 사이에 경쟁이 붙는다. 이들은 대단한 준비도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마케팅이라고 하는 익숙지 못한 영역에 자신을 내맡기게 되었다. 혹간, 순진무구하기 이를 데 없는 몇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 이제까지 유지해 온 제작의 타성을 마케팅이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들이 자신을 내맡긴 영역이 실은 마케팅 방법 중 가장 구식의 마케팅 관행이었으니 말이다. 구식의 마케팅이란 다름 아니라, 통계를 앞세운 실용사회과학의 그것이다. 경쟁의 자본주의 시장에 끼어든 실용사회과학은 '소비자를 적으로 파악하는 시장파악의 방식'이다. 더욱이 앙케이트와 같은 얼치기 조사법을 가지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수의 디자이너도 그렇게 믿는다. 소비자에게 버림을 받을까 두려워 그들에게 말을 걸어 디자인의 효과를 물어보려 한다. 디자인의 효과란 언어는 충분히 설명가능한 것이 아니다. 어떤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을 열어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느낌을 전하려 하겠으며, 그 어떤 소비자가 자신의 느낌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인가?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디자이너 자신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다. 시장속의 경쟁과 구식의 마케팅 행위가 디자이너로 하여금 제작현장에서의 창조행위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벤치마킹' 이라는 비창의적인 태도로 시안을 구상하려 한다. 모방과 패러디 그리고 비전문성이 오늘날 디자인 관행의 자연스런 산물로 새로이 자리하려 한다. 디자인 교육계도 그렇다. 효과연구, 추이 분석에 관한 연구, 소비자 태도형성에 관한 연구, 비교연구, 변화연구, 위기대응방안연구, 영향력 연구, 개선방안연구, 구매동기 유발 방법에 관한 연구, 효과구현에 관한 연구 등과 같은 주제가 여실히 보여주듯이 디자인이 사회와 접목하려 할 때 필요한 연구를 소비자를 말 그대로 '이용해 먹으려는'전술 중심으로 꾸며 놓았다.
현대 한국의 디자인계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이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직접 물어보고 판단하려는 순진한 아가씨와 같다. 현대 디자이너는 사랑이란 물어보아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 남자를 사랑한 것이 사랑받는 최선의 방법이란 것을 잊어 버렸다. 즉, 소비자는 디자이너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며 디자인으로부터 삶의 효용과 미학을 얻는 보통의 또 다른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잊는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는 프루티거가 말한 도구와 재료, 인간의 조건과 역사 위로 돌아가야 한다. 표현의 세계 건너편에는 시각적 형상에 의미를 부여한 정신의 역사가 있다. 역사는 산발적인 정신 상태에서 벌어진 우연과 우연의 연속으로 무질서하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습과 갈등 그리고 우연의 침범이 모두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른바 정신의 역사 혹은 지각과 이념의 역사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항상 어떠한 관례가 있으며 우연의 사실 또한 우연에 대립적인 관례가 있기 때문에 우연이라 칭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부모라는 단어와 자식이라는 단어가 서로서로 때와 같다. 메커니즘이라든가, 구족 혹은 체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연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연의 역사는 전자의 역사 속에서 파악되었고 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 파악되는 성질의 무엇이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고대 문명국가 이집트에서부터 원시사회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무정형의 개념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형(formation)의 개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마치 우연의 혹은 무질서의 역사로 파악해서 사회에는 역사가 없고 미래는 존재하는 양, 실험과 계량적인 도구만을 근거로 기호를 연구코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술에만 파묻혀 공부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21세기에 걸맞지 않으며 우리 사회에 더이상 필요도 없다. 한국 전통사회가 그리도 추구하는 '출신 성분'을 따진다면, 프루티거는 청년시절 인쇄공 출신이다. 인쇄를 통해 세계와 삶을 공부했으며 이론가 그 누구도 다가서기 어려운 이론적 차원에 다다랐다. 이 위대한 인쇄공이 필요한 한국사회다. 기술에 의해 매체의 변화가 극심해져 갈 21세기에 이는 더욱이 중요한 사실이 된다.

도서차례

part 01 조형기호를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할 것인가
Ⅰ.조형기호의 요소들
1.점
2.선
3.선과 선
4.형태
5.공간과 위상

Ⅱ.조형기호의 기초적인 모습들
1.네모
2.세모
3.원
4.화살표
5.십자가

Ⅲ.조형기호의 조합적인 모습들
1.서로 유사한 형태를 지닌 기호들의 관계
2.서로 다른 형태를 지닌 기호들의 관계
3.내부의 공간이 의미하는 것
4.닫힌 기호와 열린 기호
5.갈라진 두 기호
6.완벽한 기호
7.체계와 조형표현
8.조작기호

Ⅳ.장식을 위한 조형기호

Ⅴ.이항대립적 조형기호

Ⅵ.면의 문제
1.선으로부터 면으로
2.어두운 배경과 백색의 기호
3.장기판

Ⅶ.볼륨의 문제
1.겹쳐진 도형의 면
2.엮인 도형
3.형상을 연상케 하는 배경 공간
4.원근법
5.명암
6.볼륨의 또 다른 차원
7.착시

Ⅷ.이미지의 다양성
1.스케치와 재료
2.내부 공간과 연결 공간의 가치
3.이미지의 대죠
4.이미지의 질적 차원

part 02 타이포그래피의 체계
Ⅰ.사고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1.이미지가 형성되기 전의 상태
2.언어와 몸짓

Ⅱ.조형언어의 구축
1.문자의 두 가지 변천과정
2.문자의 원류에 관하여
3.문자의 원형에 관하여
4.상형문자로부터 표의문자로
5.문맥의 무제
6.표의문자로부터 표음문자로

Ⅲ.타이포그래피의 세계
1.수메르 문자로부터 설형문자로
2.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3.크레타 문자
4.히타이트의 픽토그래픽
5.인도의 픽토그래피
6.일 드 파고스의 문자
7.고대 북유럽의 룬문자
8.한자
9.신대륙의 문자

Ⅳ.세계의 알파벳
1.문자의 발명과 융성
2.세계 무자의 유형보기

Ⅴ.서구의 알파벳
1.발전 초기
2.대문자와 소문자

Ⅵ.서예와 인쇄방식에 따른 타이포그래피의 변화
1.검은 선
2.흰색 공간

Ⅶ.타이포그래피의 조작
1.문자 비율의 조작
2.원본 문자의 변형
3.모노그램

Ⅷ.텍스트의 활자와 가독성
1.전 세계적 소통 도구로서의 활자
2.활자체의 가독성

Ⅸ.숫자의 표현
1.문자를 이용한 수의 표현
2.아라비아 숫자의 원류와 변천
3.몇 가지 지적들

Ⅹ.구두점의 표현
1.단어 사이의 공간
2.구두점기호
3.'그리고'의 표현
4.화폐기호 및 여타 기호들

part 03 기호, 상징, 마크, 신호
Ⅰ.삽화로부터 상징에게로
1.이미지
2.체계도
3.평면도
4.알레고리
5.미신의 이미지

Ⅱ.상징
1.상징적인 것이란?
2.상징적 이미지로부터 상징적 기호로
3.'상징'이란 모호한 의미

Ⅲ.조형상징의 그래픽 세계
1.이미지를 상징적 기호로 변형시키는 과정
2.동물의 상징
3.식물의 상징
4.상징으로서 인간의 형태
5.오브제, 배경, 자연의 요소
6.센터의 상징

Ⅳ.추상적 상징
1.우주와 그 중심
2.십자가와 장식
3.운동을 표현하는 상징
4.짜깁기, 끈 묶기, 매듭짓기
5.해의 표현
6.별자리
7.장식 속에서의 상징
8.기하학과 상징

Ⅴ.주술과학적 혹은 마술적 기호
1.주술과학적 기호의 요소
2.별자리 기호
3.연금술 기호
4.신비 혹은 마술의 기호:부적

Ⅵ.서 명
1.기호와 석공
2.모노그램

Ⅶ.조직의 기호
1.소유권의 기호
2.가문의 문장:일본의 예
3.문장에 관하여
4.현대의 국기와 단체의 마크

Ⅷ.마 크
1.옛날의 마크
2.오늘날의 산업기호

Ⅸ.기호의 테크닉과 과학
1.기술 이데오그램
2.현대과학의 기호들

Ⅹ.신 호
1.지시기호
2.픽토그램
3.인쇄물
4.도시공간에 있어서 지시의 정서적 차원
5.실용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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