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이 책은 유아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탈리아 레지오교육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두 곳의 유치원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유치원이 부모를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부모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했던 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구라는 형식을 빌렸기에 이야기의 초점을 제한해야 했다. 초점은 유치원이라는 기관이 레지오 교육과 더불어 부모와 맺는 관계를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에 두었다. 본문에서 ‘우리’라고 표현한 세 연구자가 이 과정에 관여하였다.

- 유치원이 부모를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학습공동체를 형성해 가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데있어 함께 기획하고 관찰한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이제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유아교육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에 담고 있는 연구 내용의 일부는 2005년 레지오 교육협회(KAREA)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고 한국유아교육학회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마음 깊이 새기게 된 것은 학습공동체란 유치원과 부모 사이에서거창하게 조직되고 운영되는 무엇이 아니라 곳곳의 작은 유치원에서 내 아이와 우리 반 아이들의 일상적 삶이, 행복하고 가치로운 성장으로 향해 가도록 교육의 진정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딛고 있어야 할 굳건한 기반은, 어린이들의 유능성과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교실에서 성실하고 세심하게 어린이들의 학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교사들의 기록작업이라는 것이었다. 레지오 교육을 레지오 교육에서의 기록작업을 매개로 하지만 중요한 것은 레지오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 목소리를 내어 어린이들의 삶과 학습에 의미를 새롭게 구성해 가는 일이다.

-이 책이 어린이라는 존재와 부모라는 존재, 그리고 그들과 유아교육기관의 교육적 관계에 대해 유치원이라는 교육실천 현장과 나아가 유아교육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더 풍부하고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