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완전히 무능한 인간임에 틀림없다. 자동인형인지, 움직임도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조각품과 다름없다.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며, 사람을 알아볼 수도 없다. 봐야 할 곳을 눈을 돌려 쳐다볼 수도 없다.”

이 말은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의 교육사상가 루소가 어린 아이의 세계를 묘사한 글이다.초기 심리학의 대표적 교과서, 윌리엄 제임스가 쓴 '심리학 원리'에는 “아기의 행동은무질서하고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끝없이 혼란스러운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오늘날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자녀 3명을 출생에서 생후 18개월까지 관찰하거나 실험을 통해 마음의 생성과정을 규명하고자 했던 그 유명한 피아제 박사도 영유아가 주위 환경을 능동적이고 활동적으로 탐색하는 존재라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아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능하고 생각하는 힘이 있으며,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이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받는데는 20세기 중반 이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측정 도구의 개발이나 연구 방법의 개선을통해 아이의 세계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최초의 영아 과학 전문잡지 '영아의 행동과 발달(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이 1978년에 창간되면서 영유아에 대한 우리의 고전적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인간은 이미 태아기 때부터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를 하며, 신생아기나 영아기의 모습은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 주는 위대한 파노라마와도 같음을 알 수 있다.

-본서는 영유아 발달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특히 아이의 이런 세계에 관해 최근 연구를 인용하여 최대한 담아내려고 애를 썼다. ‘출생 전 및 신생아기의 감각기능발달’, ‘영아의 인지능력’, ‘기억능력’, ‘아이의 모방심리’, ‘마음의 이론’, ‘아이의 학습의욕과 이타적 행동의 발달’ 등이 그 대표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책을 통한 아동 이해는 간단하고 아이의 모습을 쉽게 그릴 수 있지만, 아이의 진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발달에 관한 지식은 이런 책이나 연구 논문을 통해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러한 것은 부교재에 지나지 않는다. 주교재는 바로 ‘아이’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아이에 대한 가장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독자 자신이 여유를 갖고 가만히 아이를 관찰한다든지 아이와 상호작용을 많이 해 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사람에게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