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의 만남은 최초의 관계형성이다. 자녀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 즉,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게 되고, 부모를 통해서 정서조절을 배워간다. 부모-자녀의 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천륜(天倫)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천륜의 만남을 기쁘게 생각하지 않은 슬프고 불행한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10개월 품어 낳은 자식을 부모가 버리기도 하고 생명을 끊기도 한다. 부모의 학대와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 곁을 떠나는 사건들도 발생한다. 부모가 되는 것은 자신이 원하기도 하고,상대방이 원하기도 한다. 또한, 남녀 모두 원해서 부모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쩔 수없이 부모가 되는 경우에 자녀는 자칫 부모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부모는 없다. 하지만 준비된 결혼, 준비된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문제는 준비 없이 부모가 되는 상황에서 자녀를 양육할 경우에는 부정적인 정서상황이 더 많이 발생하며, 부정적인 정서는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부정적인 정서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정서조절이 나타난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부모교육은 자녀 발달 단계의 어느 한 순간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살아가는 동안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실천해 나가야 한다. 누구나 ‘나는 결혼해서 훌륭한 부모가 될 거야.’라고 다짐할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낳고, 부모가 되면, 때로는 부모로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일상생활에빈번히 발생한다.

　상담의 현장에서는 다양한 부모들을 만난다. 어떤 부모는 상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자녀와의 정서충돌로 인하여 자신의 분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녀를 향해 부정적인 언어와 행동 그리고 감정을 표출한다. 자녀도 질세라 부모를 향해서 소리를 지른다. 부모가 자녀 앞에서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나 살아 있다.’라는 건강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부모는 자녀가 상처받을까 염려하여, 어떤 정서의언어나 행동도 표현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면서 신체와 정신적으로 허약해져 질병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건강한 부모, 행복한 부모야.’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상담연구소에 방문하는 많은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하면, 훌륭하게 양육할까?’를 고민한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자녀의 잘못된 일을 혼내고 보니, 나도 모르게 자기 부모의 양육방식을 따라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 때문에 울고, 자녀는 부모 때문에 날마다 눈물을 흘리는 상황들도 많다. 부모와 자녀 모두 눈물을 흘리지 않고, 행복한 부모-자녀 관계형성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상담의 현장에서 부모와 자녀들을 상담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부모-자녀의 문제는 상담뿐만 아니라, 교육이 병행되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부모교육은 대부분 집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모 개인마다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상담자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담은 일대일의 관계를 통해서 부모-자녀의 개인적인정서들을 인지하고 느낌으로써 그들을 공감하고 치료의 현장으로 안내할 수 있다. 특히부모교육은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른 서로 다른 정서의 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모마다, 어떤 부정적인 상황들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서조절은 부모가 자녀보다 먼저 습득함으로써,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의 긍정적인 관계형성에 도움이 된다. 부모-자녀의 긍정적인 정서조절 연습은 자녀의 학교생활과 대인관계 그리고 의사소통과 다양한 일상생활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부정적인 정서조절은 자녀로 하여금, 왕따, 학교폭력 등 다양한 학교문제와 사회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부모교육에서는 정서조절과 관련된 교육과 상담프로그램 진행이 필요하다. 필자는 종종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부모를 만난 것이 아닐까? 때로는 부모를 건축가로 표현하고 싶다. 부모는 자녀의 집이이 땅에서 튼튼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잘해야 한다. 부모교육은 인생의 집의 건축자로서 리모델링의 한 분야일 수도 있다. 건강하지 못한 부모를 만남으로써 평생 부모를 원망하며 사는 자녀와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되었으면, 부모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연습과 노력의 정서조절이 필요하다. 부모는 날마다‘부모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부모교육은 건강하고 성숙한 부모가 되는 공감과 소통의 장이며, 성장의 장이다. Gross는 정서조절은 사람마다 어떤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느끼기도 하며,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부모는 성장과정에서 원가족의 양육자인 부모로부터 느끼는 정서들이그대로 몸에 배어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서 자녀에게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양육자로부터,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경험이 더 많았을 때, 어떤 상황으로 정서를 조절할까? 긍정적인 정서조절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정서조절을 한다. 부정적인 정서조절을 하는 부모의 내면에는 주로 부정적인 정서들로 인지되어, 양육한 부모를 용서하지 못하는 내면에 아픔과 상처들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용서이론을 주장한 Enright는 용서과정을 통해서 부정적인 정서를 완화시킬수 있다고 보았다. Gross의 정서조절 과정이나, Enright의 용서과정 모두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접근이론들이다. 부모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의 결정에 따른다.하지만, 부정적인 정서조절은 자칫 부모나 자녀에게 부정적인 정서표현이나, 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교육에서 정서조절의 교육과 상담을 통해서, 자녀들에게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정서표현을 할 수 있도록 정서조절 연습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부모교육에서도 정서조절과 관련된 용서 연습과 노력도 중요하다.

　이 책은 정서조절로 부모교육에 접근하였다. Gross의 정서조절 과정인 상황선택, 상황수정, 주의배치, 인지변화, 반응조절과 Enright의 이론인 분노발견하기, 결심하기, 용서실행하기, 심화단계 용서이론을 접목하였다. Gross의 이론과 Enright의 이론 모두 인지에초점을 두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정서조절이다. 부모는 자신의 정서조절을 재인식과 평가를 통해서 건강하고 성숙한 부모 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까 고민하는 이 땅에 모든 부모와 부모교육을 위해서 임상의 현장과 학교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와 상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집필하였다. 아울러, 부모가 되기 위한 예비부모와 부모교육을 배우는 학생들, 그리고 다양한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밝혀두지만, 이 책은좀 더 행복하고 건강한 부모가 되기를 소원하는 모든 부모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본 책은 필자가 임상의 현장과 부모교육에서 상담하고 강의했던 상담사례와 이론들을 부모-자녀의 정서조절을 중심으로 수록하였다. 결혼한 지 수십 년이 되어 부모가 되고, 부모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입장이지만, 이론적으로 집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부모교육을 하는 상담자마다, 부모교육의 초점과 방법은 모두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정서를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도움이 되리라 사료된다. 부모교육의 이론과 실제의 책으로서 미흡한 점들은 앞으로도 상담과 교육의 임상경험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다.

　제1장은 부모교육의 이해, 제2장은 정서조절의 이해, 제3장은 발달대상에 따른 정서조절, 제4장은 용서이론, 제5장은 정서조절의 상담개입 마지막, 제6장은 부모교육 정서조절 프로그램의 실제를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