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학급수준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는 왜 가르치는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누구를 가르치는지, 어떻게 가르치는지, 제대로 가르쳤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급의 학교교사와 비교해 보았을 때 유아를 가르치는 교사는 매우 헌신적이고 학습자에 대해 민감하다. 또한, 놀이와 생활주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잘 운영한다. 반면에 왜 가르치는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제대로 가르쳤는지의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취약하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운영하는 교육과정 문해력(curriculum literacy)이 높아야 한다. 놀이와 통합, 생활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유아교육의 교수 · 학습 원리는 교사에게 많은 자율성을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과정 운영의 책무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학습자의 발달과 성장, 학습의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유아교사의 교육과정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고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유아교사는 왜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고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는 거의 반영하지 않는가? 아동중심의 교육과정이 매우 중요한 교수원리로서 유아를 진정한 학습과 발달의 주체로 인정하고 교육과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가? 그 증거는 무엇인가? 교사는 생활주제(방법)가 아닌 국가수준의 교육과정(내용)을 가르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는 생활주제부터 출발하는가? 생활주제가 내용이 아니라면, 내용에 해당하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과는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가? 유아의 흥미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유아의 흥미를 따라가는 발현적인 교육과정의 운영이 계획안에는 어떤 모습으로 담겨야 하는가? 유아의 흥미와 교사의 계획된 교육과정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학습의 결과는 어떻게 기록되어야 하며 다음 교육과정에는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어야 하는가? 등등….

이 책의 저자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함께, 때로는 외부의 지원을 받으며 답을 찾아갔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절대로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교육의 방법이 아닌 목표와 내용으로부터 출발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되었고, 교육과정 문해력이 높아졌으며, 유아의 놀이는 더 풍부해졌고, 부모와 사회에는 국가수준 교육과정 운영의 결과를 조직하여 보여줄 수 있는 책무성을 다하게 되었다.

교사가 학급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자신의 전문성만큼의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다. 이 책이 정답이나 완성본은 아니지만 좋은 교사, 유능한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한 유치원이 아니라 모든 유치원에서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