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유아교육과 보육에서의 평가는 유아가 주도하는 놀이와 배움,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학습자중심 평가로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교육문화 속에서 새로운 이론적 방향성과 실천적방안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평가가 요구하는 책무성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까 봐 자꾸만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에서 그다지 큰 울림이나 실천적 의미를 주지 못하여 미루어 두는 ‘일’이 되던 기억이 자꾸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히 외부평가자의 현장 방문을 준비하노라면 어느덧 유아평가는 문서를 위한 문서, 평가를 위한 평가로 치달아, 평가 준비 문서로서 완벽하게 보일 정답을 쫓아가곤 합니다. 지금까지 교육의 효율성과 질 관리 담론 속에서 발전해 온 유아평가가 오히려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위축시키고 유아의 놀이와 배움을 협소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시점입니다. 다행히 최근 평가를 바라보는 시선의전환을 요구하는 학문적 요구가 응집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실천적 응답 역시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유아평가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 내려가거나 체크리스트라든가 평정척도 등의 다양한 평가 방식을 골고루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유아들의 앎과 삶의 과정을 따뜻하게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 유아평가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이론과 실천의 이어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리들에게 유아평가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가치를 생성해 가기를 바라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이론과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서로의 사유와 고민을 녹여 내며 새로운 유아평가의 얼굴을 그려 보는 데 이 책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기존의 평가라는 단어가 가지는 경직된 이미지로 인하여 새로운 언어를 찾고자, 이 책에서 부르는 ‘함께-하는’ 유아평가는 무엇보다 유아, 교사, 부모, 행정가, 지역사회가 평가에 참여하여 그 과정을 함께해 나간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론과 실제, 놀이와 일, 가르침과 배움, 주체와 객체, 성인과 유아 등 우리 삶을 구획짓는 수많은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며 함께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만들어 가는 평가의 경계 넘나듦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놀이관찰, 유아 이해, 유아교육과정의 운영과 평가 등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도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시선으로 평가를 바라는 유아교사와 연구자, 유아교사양성자와 평가이론가(그 역할은 중첩되기도 하고 서로 마주치고 하면서 다채롭게 펼쳐집니다)의 고민과 사유를 함께 엮어 내었듯이, 서로 관계 맺고 마음을열어 경청하며 상호 성장하는 여정에서 함께하는 대화를 바라는 마음을 그려 내고자 하였습니다.
함께-하는 평가는 각자 고유한 주관성과 경험, 신념, 가치를 가진 ‘하나’이면서도 서로 대화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간주관성, 새로운 사유와 시도로 함께 성장하는 ‘우리’가 되어 가는 의지와 지혜, 땀방울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망을 담아, ‘함께-하는’의 사이에 ‘-’ 표시를 넣음으로써 평가를 함께하며 함께하고자 하는 다원적 의도를 표현하였습니다.

-제1부는 함께-하는 유아평가의 이론에 관한 것입니다. 제1장에서는 유아평가의 최근 동향과 이 책에서 지향하는 새로운 접근법과 관련된 학문적 관점을 소개하면서 평가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향하던 방향을 되짚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제2장에서는 유아교사로서 평가를 과정적, 절차적 측면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방법론을 함께 고민하며 구체화하였습니다. 제3장은 유아평가와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와 스스로의 고민을 나눕니다. 앞으로 이론과 실천을 이어 갈 독자들의 ‘함께-하는 평가로의 여행’에 작은 힘이되어 줄 수 있도록 나만의 기록양식을 만들어 간 예비유아교사들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냅니다.
제2부는 함께-하는 유아평가의 실천을 소개합니다. 제4장에서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시범 유치원에서 평가 이론과 실천을 넘나들며 놀이관찰과 유아평가에 대해 선생님들이생각들을 어떻게 모으고 조정하며 실천해 갔는지를 보여 줍니다. 제5장에서는 함께 유아들의 놀이와 배움을 바라보며 고민을 나눈 ‘대화자’로서 어린이집 선생님과 놀이기록‘다시보기’를 주제로 협력적 실행연구를 해 가는 과정에서 놀이의 의미와 유아들의 고유한 특성 및 변화 양상을 그려 줍니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는 놀이관찰과 기록 및 유아평가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현장의 고민이 평가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얽히면서 이론과 실천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평가에 대한 목소리와 시선을 찾아가는 대화의 과정을 보여 줍니다. 각 장의 초안에 대하여 함께 대화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며 수정, 재수정되었습니다.
이 책을 엮어 가는 여정에 참여한 순서대로 각자 이 책을 통하여 함께 꿈꾸며 실현해 가고자 하는 바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책의 전체 구성과 내용, 글쓰기의 색과 톤이 전면적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장별로 각자의 목소리를 전하면서도 이론과 실천의 만남과 소통을 통하여 서로의 목소리가 엮어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시작과 끝이미리 정해져 있는 가장 짧은 지름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더 재미있고 신나고 여유 있는 곡선을 따라 같이 걸어온 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경험과 인식이 무르익지 않고 들쑥날쑥 울퉁불퉁하여 출간을 주저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대학에서 관찰이나 평가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유아교사양성자, 의미 있으면서 실천가능한 평가를 배우고 적용하고자 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선생님들과 예비유아교사,그리고 협력적 실행연구자와 배움 공동체 등에 우리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유아평가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실천에서 강조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도 하겠지만, 우리 모두가 어느 시점, 어느 지점에서 만나 신념과 실천을 공유하면서 서로 얽히며 새롭게 생성되는 경험과 인식을 엮어 나가는 여정에 아주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좋겠다는 바람에 용기를 내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