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판 머리말

-오늘의 우리 사회를 11년 전 이 책의 초판을 발간할 때와 비교하면 참으로 많이 변화하였다. 체류외국인이나 장기 체류외국인이 증가하였으며(물론 COVID-19로 말미암은 일시적 현상은 제외하고), 다문화 관련 우리 사회의 인식도 많이 변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다문화주의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극히 피상적이며 자의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화와 함께 진행된 국제이주의 물결은 우리 사회의 인적 구성에서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고, 그 결과 다인종·다민족·다문화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진단과 정책적대응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그럼에도 다문화사회 앞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 등 ‘그들’에 대한 관용이나 이해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
15년 전인 2007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여 국내에서 당혹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는 대한민국 정부가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때문이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민족적(ethnic) 동질성’을 ‘당연한사실’로 강조하는 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주목하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에게 다음의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우리가 입으로는 다문화주의라고 말하며 각종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 세계는 아직도 다문화주의나 문화 다양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아닐까?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나 관용이라는 것 또한 자신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다분히 온정주의적(溫情主義的)이며 시혜적(施惠的)인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