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린 에드워즈(Carolyn Edwards), 렐라 간디니(Lella Gandini)의 연구와 현장 작업, 그리고 레지오 에밀리아의 교육에 관한여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어린이(Bambini)」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을 때 거리낌 없이 구입하여, 기대와 흥분으로 읽고, 주저 없이 번역을 결정하였다. 그 때만 하더라도 이 책은 그저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영아 보육에 관한 이론, 실제, 정책을 소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정도의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오랫동안 읽으면서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졌던 영아보육의 개혁에 관한 실험이 우리의 영아 보육을 반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확신은 이탈리아가 영아 보육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여성의 취업 상승과 저출산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유사한 사회·가족의 변화를 먼저 경험하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실제와 정책 개선에 대한 실험적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평소에 레지오 에밀리아의 영·유아 교육 및 보호에 관한 실제를 어린이의 유능함과 잠재력에 관한 진보주의 교육학적 방법론 측면에서 조망하였는데, 이러한 관점은 국내에 이미 잘 알려진「어린이들의 수많은 언어: 레지오 에밀리아의 유아교육」과 그 개정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 책에서는 교사의 전문성, 어린이의 유능한 이미지, 어린이의 학습과 발달, 그리고 어린이의 유능함을 지원하기 위한 부모와 지역 사회의 역할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Bambini)」는 이들 책에서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부모, 가족, 지역공동체가 "아동복지(child-well being)"에 깊이 있게 참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가족 중심의 포괄적인 실제, 지원, 정책, 그리고 그것들을 새롭게 구성하였던 개혁적인 실험 과정과 그와 관련된 연구들을 잘 기술하고 있다. 특히, 피스토이아, 밀라노, 파르마 등 다양한 도시들의 보육 현장에서 어린이, 교사,가족의 욕구를 반영하여 지원하는 방법과, 부모, 어린이의 분리와 교사와 부모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잘 극복하게 하는 방법은 주목할만하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 현장에서 교사-어린이, 교사-부모, 부모-어린이의 이원적(dyadic)관계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교사와 기관 중심의 보육이 운영되는 현실에서 보자면, 분명히 우리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반추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음이 틀림없다.
본서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또 다른 점들은 영아 보육에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함께 중심이 되고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보육의 실제와 양질의 보육을 위한 통합 과정을 설명한 부분이다. 특히, 현장의 실제와 교육 과정의 구성에서 중요한 기록 작업뿐만 아니라 개인적 역사를 추적할 수 있는 어린이 일기는 교육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관계(relationship)의 연결(connection)과 구축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에게 반추할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어린이의 이미지와 유능함을 반영하고 지원해 주기 위한 환경의 역할, 귀 기울이기 등 국내에 잘 알려진 교육학적 실제와 가치들도 강조되고 있다. 이도 국내 영아 보육에서의 교육학을 반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영아들의 전이, 교사들의 전문성 발달, 부모들의 양육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은 보육과 관련된 포괄적 주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의 보육 현장과 하계에서는 "양질의 보육"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보육 시설"평가인증제"를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인증제에서 지향하고 있는 보육의 "질"은 본서의 캐롤린 에드워즈와 스웨덴의 교육학자 구닐라 달버그(Gunilla Dahlberg)가 언급한 보육의 "질"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이해는 각 장에서 설명된 교육학적 실제의 방법론, 부모와 지역공동체의 "파트너십과 참여", 어린이, 부모, 교사와 그 외의 다른 사람들과의 다원적 관계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협력, 문제 해결에서의 사회적 구성 과정, 그리고 기록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
역자들은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나, 이탈리아인들이 쉽게 정서적으로 연루된다는 점과, 그들이 공동체 문화를 중요시한다는 점은 우리와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각 문화는 고유하나 서로 공유해야 하거나 혹은 최소한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왜 다른 문화권의 영아 보육의 실제와 방법론, 그 이론적 근거들을 끊임없이 반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게 된다. 본서의 캐롤린 에드워즈, 레베카의 연구와 글은 이러한 점을 조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두 연구자의 연구 방법론과 해석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보육 현장에 관한 비교 문화연구, 문화기술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